나를 찍는 법을 알려주는 남자

나를 찍는 법을 알려주는 남자

인화가 필요한 필름 카메라로 자화상을 찍을 때 당신이 경험하게 될 것들을 소개한다.

 
물나무사진관

 

자화상 촬영법

자신을 바라보며 찍기 때문에 쉽고도 어려운 일이에요. 사진을 찍기 전에 미리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아요. 처음엔 머뭇거리게 되고 내가 이런 사람이었는지 생경함이 느껴지기도 하지요.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나다운 사진을 만들 수 있어요.
같은 필름이라도 인화를 할 때마다 다른 느낌이 나고 여러가지 요소로 인해 완전히 똑같은 사진은 없어요. 그러니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진이라는 것을 알고 보면 더욱 특별하죠.
실제의 나보다 잘 나온 사진을
인생 사진이라 부르지만
나를 마주했던 자화상 사진이야말로
진짜 ‘인생 사진’으로 남을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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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사진을 찍을 것인지 충분히 생각한 뒤 그에 맞게 카메라를 세팅한다. 거울을 보며 사진을 찍고 싶을 때 셔터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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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필름을 현상 탱크에 넣고 물과 현상액을 비롯한 다섯가지 용액을 정해진 순서와 시간에 따라 차례로 넣었다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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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현상 탱크 안에 넣었던 필름을 꺼내 말린 뒤 확대기에 건다. 확대기 아래 인화지를 깔고 빛을 쪼이면 필름 속의 이미지가 인화지에 입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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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빛을 쪼인 인화지를 다시 물과 현상액을 비롯한 용액에 차례로 넣었다 뺀 후 말리면 사진에 이미지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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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완성. 종이 프레임이나 액자에 끼워 보관한다.
 

마스터 김현식

사진寫眞은 털 한 올이라도 다르면 그 사람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극사실적인 외향 묘사를 추구하던 조선시대 추상화론에서 먼저 등장했다. 자신이 가장 예뻐 보이는 각도에서 셀카를 찍고 수많은 보정 효과를 거치는 요즘의 사진과는 사뭇 다른 의미다. 계동에 위치한 물나무 사진관에서는 전자의 의미에 가까운 사진을 찍어볼 수 있다. 단 두번만 찍을 수 있는 필름 카메라로 스튜디오에 혼자 남아 가장 자신다운 모습이라 생각할 때 스스로 셔터를 누르면 되는 자화상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포토그래퍼 김현식은 신문, 잡지, 광고 등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활동해온 베테랑이다. 그는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했단다. 사진이라는 기술이 개발되었을 때 일본을 통해 받아들이지 않고 오롯이 우리의 눈으로 만났다면 어떨까. 진경산수화부터 민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고유의 이미지론을 펼치던 시기에 사진 기술을 마주했다면 사진이라는 장르가 다르게 발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호기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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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2011년, 계동에 물나무 사진관을 열고 자화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자화상 프로그램은 인화가 필요한 흑백 사진 작업이다. 인물의 인격과 정신까지 담아내는 전신사조, 우리 나라의 초상화론에 가까운 작업물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이렇게 찍은 사진이 지금 당장은 별로 마음에 안 들 수 있지만 괜찮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사진을 찍기까지 나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 사진을 현상하며 스스로를 마주했을 때의 강렬한 느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먼 훗날 사진을 다시 꺼내보며 그때의 자신과 조우하는 순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화상 프로그램 외에도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는 그는 요즘 한지의 매력에 빠져있다고 한다. 앞으로 또 얼마나 흥미로운 사진 작업이 탄생할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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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을 들여다보고 인화할 사진을 고르는 김현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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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어 잘 사용하지 않는 카메라도 꺼내어 두고 디자인 그 자체를 즐긴다.
사진관 곳곳에 예쁜 물건도 많고 카메라도 정말 많네요! 이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카메라는 무엇인가요?
손때 묻은 물건을 좋아하지만 물건에 대한 애착은 없는 편이에요. 카메라마다 각각의 추억이 있죠. 하지만 물나무 사진관을 하면서 다시 사용하기 시작한 오래된 카메라가 있어요. 이 렌즈를 통해 지나가신 분만 해도 3~4만명은 될 텐데 아직까지 한 번도 고장이 안 났어요. (웃음)             
요즘은 어떤 사진 작업을 하시나요?
한지에 관심이 많아서 그 매력을 살려 사진을 담아낼 방법을 고민 중이에요. 한지의 매력을 설명하자면 또 한참 시간이 걸리겠지만(웃음) 쉽게 말해 한지는 뒷면과 앞면을 함께 보아야 하는 되게 입체적인 물질이거든요. 사진과 한지의 매력을 함께 살릴 방법을 찾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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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구와 빈티지 소품 등이 멋스럽게 전시되어 있는 물나무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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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완성되면 밝기, 그림자 등 상태를 살펴보고 완성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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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실에서는 인화지를 단계별로 용액에 담근다. 이를 위한 타이머와 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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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작업 전 초상권 동의서를 작성한다. 필름과 사진을 기록물로 남기기 위해서다. 

credit 
edit 김주혜 photograph 설기범 assist 장경태 
master 김현식 프로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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